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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방이 차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토요일 아침이었다.

 

창밖은 축축했고, 사람들의 발걸음도 평소보다 느릿했다. 나는 조용히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며 오늘 하루는 시작한다.

 

"이렇게 비 올 때 운전, 정말 괜찮을까?"

 

예전 비오는 날 단순 접촉사고의 기억 때문이었다. 그래서 약간 비 오는 날 운전할 때 그때 안 좋은 기억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.

 

회사를 향해 가던 출근길, 평소처럼 라디오를 들으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, 앞차의 브레이크 등이 갑자기 반짝였다.

 

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, 차는 그래도 미끄러졌다.

 

수막현상. 다시 한 번 체감했다.

 

타이어가 물 위를 떠다니는 듯한 그 느낌, 제동이 되지 않는 2 ~ 3초의 공포는 아직도 기억 지지 않는다.

 

그날 이후 나는 '비올때 운전은 평소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'는 걸 몸으로 배웠다.

 

사람들은 종종 말한다. " 그 정도 비는 괜찮아." 하지만, 정말 그럴까?

 

눈에 보이지 않지만 타이어와 도로 사이에 얇은 수막이 형성되어 있다.

 

타이어 트레드가 마모되어 있거나 공기압이 적절하지 않으면, 평소 같았던 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.

 

나처럼 작은 회피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.

 

이후로 나는 비 예보가 있는 날이면 습관처럼 타이어 상태를 확인한다.

 

공기압은 적정선보다 살짝 높게 맞추고, 와이퍼 블레이드가 잘 닦이는지 꼭 체크한다.

 

가장 중요한 건 속도다.

 

비올때 운전의 기본은 '급하지 않음' 인 것 같다.

 

출발도 천천히, 정지도 부드럽게.

 

특히 차간 거리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넓게 두어야 한다.

 

서두르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가 나와 타인을 지키는 시작이다.

 

나는 여전히 비 오는 날의 운전을 그리 즐기진 않는다.

 

하지만 두려워만 하지도 않는다.

 

자동차 비올때 운전은 위험할 수 있지만, 준비된 사람에게는 조금 더 조심스럽고 깊이 있는 시간이 된다.

 

조용한 음악을 틀고, 천천히 와이퍼가 움직이는 리듬에 맞춰 내 마음도 함께  속도를 낮춘다.

 

오늘처럼 비가 오는 아침이면 나는 다짐한다.

 

"속도보다 중요한 건 도착이다. " 다행히 사무실에 도착해서 생각을 정리하며 몇 자 적어보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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